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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에 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낯선 외국인이 다가와서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 순간 여러분의 기분은 무엇보다도 그 외국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외국인의 얼굴 표정, 몸짓, 말투에 따라 여러분의 기분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 외국인이 다정한 표정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을 한다면 우리는 낯선 언어에 당혹스럽겠지만 기분이 불쾌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낯선 언어로 다가오면서 소리를 지르고 거친 몸짓을 한다면 우리는 위협감을 느끼고 불안할 것입니다.

외국인의 표정이 어둡거나 속삭이는 목소리라면 역시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할 것입니다.

치매 환자 = 이국땅에 떨어진 사람

치매 환자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말을 하는데 알아듣지 못합니다.

하루아침에 벌어지는 일은 아니고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말로 소통하는 능력이 줄어들수록 환자는 비언어적 메시지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결국 어린 아기처럼 신체 언어밖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비언어적 소통이, 신체 언어가 다시 가장 중요한 첫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는 외국에 간 건강한 사람보다 더 힘이 듭니다.

시간이 갈수록 치매 환자의 삶은 타인에게 의존적이 됩니다.

잠깐이 아니라 하루 온종일 타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치매 환자는 점점 더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므로 비언어적 메시지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집니다.

말을 너무 크게 하면 환자는 우리가 화가 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신체 언어가 불안, 초조, 긴장을 표현하면 환자도 금방 울적해지고 불안해합니다.

목소리, 억양, 말투에 신경 쓰기

치매 환자와 대화할 때는 목소리, 특히 억양과 말투에 신경을 쓰세요.

문장의 멜로디는 치매 환자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기나 반려동물처럼 치매 환자 역시 말의 뜻은 몰라도 상대가 좋은 말을 하는지 나쁜 말을 하는지 슬픈 말을 하는지는 알아듣습니다.

짜증이 나거나 초조해도 그 감정을 말에 싣지 않아야 합니다.

치매 환자에게 말을 너무 빨리하거나 느리게 하지 마세요.

환자가 옆에 있을 때는 편안하고 다정하게 대하도록 각별히 노력하세요.

특히 얼굴 표정에 신경을 써야 하니다.

치매 환자는 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처럼 우리 기분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자세와 손동작, 팔 동작에도 신경을 쓰세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대화할 때처럼 몸이 환자가 있는 쪽을 향하도록 노력하세요.

딴 곳을 보거나 뒤로 기대거나 팔짱을 끼거나 주먹을 쥐는 등의 행동도 해서는 안됩니다.

환자가 말을 못 알아들어도 짜증을 내지 마세요.

치매 환자에게 눈으로 보여주세요.

치매 환자는 우리의 말과 부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음식물 쓰레기 갖다 버릴까요?"라고 환자에게 묻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이럴 때는 환자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쓰레기봉투를 가리키며 질문을 하면 환자가 우리의 질문을 훨씬 더 빠르게 알아듣습니다.

우리의 의도를 치매 환자에게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법입니다.

환자에게 시범을 보는 것이 오해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소통 방법입니다.

 

자신의 치매 어머니가 아무리 가르쳐 줘도 기저귀 차는 법을 못 익히신다는 말을 요양원 직원에게 들은 딸은 직접 시연에 나섭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게 중요했다. 이런 상황에선 그냥 말로만 해서는 절대로 안 통한다. 그래서 나는 바지 지퍼를 열고 긴 외투로 하체를 가린 채 바지를 팬티와 같이 내린 후 기저귀를 집어넣고 다시 팬티와 바지를 올렸습니다. 엄마 보셨죠? 이 물건은 이렇게 쓰는 거야." - 도레스테인(2013)에서 인용-

 

환자에게 손수건을 건네거나 손을 닦으라고 안내하는 등의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소통을 해야 합니다.

먼저 환자와 눈을 맞추어야 합니다.

쳐다보는 것은 아직 보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가 정말로 우리를 보는지,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우리 역시 환자를 실제로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환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면 의자를 들고 와서 환자 옆에 나란히 앉거나 환자 옆에 무릎을 꿇고 환자를 쳐다보아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옆에만 있어 주기 

마지막으로 그저 가만히 환자 옆에 있어 주는 것도 중요한 소통의 방법입니다.

잘 아는 사람이 조용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매 환자에게는 크나큰 위안입니다.

특히 중증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옆에 환자가 잘 아는 사람이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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