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26살밖에 안 되었는데 유방암이라니! 몇 날 며칠을 서럽게 울었다. 준비하지 않았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는 유방암 0기.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정아는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병기가 좋지 않아서 암기 생긴 왼쪽 가슴을 모두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정아는 다시 한번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래도 다행 아니냐 하겠지만, 26살의 진아에게 가슴 절제는 여자로서의 삶에 사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목숨을 건졌으니 다행이라며 위로했지만, 한쪽 가슴을 절제해야 한다는 소식을 ..
집을 나서는 영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외출하려고 브래지어를 입는데 유방에서 멍울 같은 것이 만져졌기 때문이다. 순간 온갖 생각이 지나갔지만, 약속 시간에 늦어서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나와야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나 했더니, 유방과 자궁 검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38살밖에 안된 애들이 웬 뜬금없는 소리? 친구 중 하나가 회사에서 하는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이번에 자기 돈을 보태서 유방암 검사와 자궁암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참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듣고 있던 다른 친구 하나가 자기도 유방에서 이상한 것이 만져져서 작년에 유방암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어라, 다들 받고 있었던 거야?' 영미는 얼떨떨해..
"저, 저기... 그러니까...." 영수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무리 남자끼리라 해도 꺼내기 쉬운 화제가 아니었다. 의사는 차분하게 영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방암 수술을 받으면 아, 아내와........ 평생, 잠자리를 할 수 없는 건가요?" 영수의 아내 순희는 2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위치가 좋지 않아 한쪽 유방을 절제해야 했다. 수술 후에도 아내는 오랜 기간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그때 순희의 나이가 38살. 결혼한 지 막 6개월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영수는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최선을 다해 간호했다. 결혼 직후 유방암에 걸린 아내는 그런 남편을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미안해하고는 했다. 영수는 사랑하는 아..
그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겨우 28살밖에 안 된 민경이 유방암이라니! 이제 겨우 어렵게 취업해서 자리를 잡으려는데 암이라니 말이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민경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 중에 유방암을 앓았던 사람이 없었기에 민경의 충격은 더 크기만 했다. 다행히 의사는 암이 퍼진 왼쪽 유방만 절제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가족들은 모두 안도했지만, 민경은 그렇지 않았다. 한쪽 가슴을 절제하라는 소리에 28 민경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여자로서의 자신의 일생은 이제 끝인 것이다. 드디어 수술 날자가 잡히고, 민경은 정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그날 같은 입원실에 있던 환자 하나가 이런 말을 했다. 유방 보존술이라고. 유방을 절제 안 하는..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근육이 뭉쳤나?" 정원은 자기도 모르게 왼쪽 가슴에 손이 갔다. 정원은 35살이 넘어가면서 부쩍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헬스장을 6개월 전에 끊은 터였다. 초반에는 열심히 헬스장을 다녔다. 하지만 2주 정도 되자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야근하는 날이 잦아지다 보니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 지난달에 사건이 터졌다. 소개팅 건으로 주선자에게 사진을 보냈다가 '애 딸린 돌싱'으로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정원은 그게 모두 자신의 후덕해진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정원은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헬스장에 다니며 살을 빼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지속했다. 처음 며칠은 과도한 운동 탓으로 온몸에 심한 근육..
" 나 아무래도 유방암인 거 같아." 하루 종일 말없이 혼자 침울해 있던 선미가 핵폭탄 급의 발언을 했다. "뭐? 유방암?" 선미의 이야기를 들은 절친들이 놀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며칠 전에 샤워를 하는데, 오른쪽 가슴에서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는 거야. 밤새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어. 아무래도 유방암이 맞는 거 같아." 순간 다들 얼굴이 어두워졌다. 가슴에 멍울이라니? 그럼 선미가 정말 유방암? "아니야! 내가 듣기로는 가슴에서 뭔가 만져진다고 해서 다 유방암은 아니라던데?" 평소 잡학다식하기로 유명한 혜정이 끼어들었다. 그 말에 선미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내가 아는 사람은 가슴에 멍울이 안 만져졌는데도 유방암이었대." 평소 얄밉기로 소문난 미혜의 한마디였다. 그 말에 선미의 얼굴은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