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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기억력 외에도 일상에 필요한 평범한 기능도 조사하고 성격 변화와 행동 변화, 불신이나 망상 같은 정신질환 관련 증상도 있는지도 살핍니다.
모든 결과가 치매를 가리킨다고 해도 의사는 당장 치매 진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물론 치매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테스트는 아직 없지만, 진단을 내리려면 일단 이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모두 배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먼저 신체 검진을 제안합니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런 검사들을 통해 갑상선 질환, 빈혈, 신장과 간 질환, 비타민 결핍, 염증 등 치매를 의심할 만한 증상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환자 및 보호자를 통한 병력 청취 및 구조화된 면담을 통해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및 그로 인한 일상생활 능력 저하 정도를 판단한 후,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가 환자의 연령, 성별, 학력 대비 비정상 수준인지를 신경 심리 검사를 통해 확인합니다. 이와 같은 면담 및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치매나 경도 인지 장애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로, 치매나 경도 인지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뇌 MRI나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 등의 뇌영상 검사, 혈액 검사, 유전자 검사, 뇌파 검사 등을 진행합니다.
CT나 MRI 등은 특정한 진료과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치매 클리닉은 대개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에 많은 편입니다.
국내 치매 안심 센터에서 시행되는 치매 조기검진사업 역시 유사한 절차로 진행됩니다.
간이 선별 검사를 통해 인지 저하가 의심될 경우(선별 검사), 신경 인지 검사를 통해 인지 정상/경도 인지 장애/치매 여부를 감별하고(진단 검사), 침로 판단된 경우 원인 감별을 위한 뇌 영상 촬영, 혈액 검사 등을 진행합니다.(감별 검사)
파킨슨 병, 뇌졸중, 뇌암이 의심될 경우에는 신경과 치료를 권할 것입니다.
신경과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 공명 영상(MRI)으로 두뇌 촬영을 해 보면 암이나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뇌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도 뇌 촬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검사 결과를 모아 보면 90퍼센트 정도에서 의심했던 치매가 확인됩니다.
이제 의사는 환자와 가족에게 치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매우 높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뇌 조직을 한 조각 떼어 현미경으로 검사하지 않는 이상은 100퍼센트 확실하게 진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당연히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진단을 받고 나면 많은 환자가 치매로 인해 삶의 질이 얼마나 나빠지는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확실한 대답을 해 줄 수 없습니다.
치매 노인들의 말을 직접 담은 한 책의 서문에서 요양 병원 의사인 베르트 카이저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치매의 고통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치매가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똑같이 이 책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입증할 온갖 증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병이 진행될수록 삶의 질도 덜어진다고 보는 것이 통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것만큼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은 1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 연구 결과가 입증합니다.
중증 치매 환자도 삶의 질이 높을 수 있고, 반대로 경증인데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경우에서 삶의 질을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치매로 인해 괴로워하는 환자도 있지만 병이 많이 진행되었음에도 행복한 인상을 풍기는 환자도 많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는 치매로 인해 얼마 전에 요양 병원에 들어왔지만 행복한 축에 끼는 한 여성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결혼을 세 번 했다고? 아냐...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당신은 알아? 어떻게 그러지? 침대에서 세 번이나 다른 남자하고 잔다고. 그럴 리가 없어!
응. 이제는 결혼 안 할 거야. 결혼하면 속박되잖아. 별로야. 같이 자야 하고. 이젠 그런 거 싫어. 귀찮아. 안 할 거야..
하기 싫어.. 그런 놈하고.. 잠자리 싫어. 안 해! 이대로가 좋아. 메브라우,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조용히 숨만 쉬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 만족해. 가끔씩 담배 한 대 픽.... 술 한잔........
-판 델프트(2006)-
네덜란드 여성 작가 브레혜 블레이커르는 치매 엄마와 함께한 시절을 기록한 자전적 소설 '에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병이 아니라 병을 대하는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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